내 기분의 핸들은 내 운전에 달렸다

[코리아데일리=칼럼]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4관왕을 따내면서 한 기자의 질문이 화두에 올랐다.

“기생충은 왜 한국어로 찍었습니까?”

이건 마치 미국 감독을 보고 “이번 영화를 왜 영어로 찍었습니까?”라고  물어보는 것과 똑같은 한심한 질문이 아닐수 없다. 어떤 경사에도 이렇게 재수없이 재를 뿌리는 놈들이 꼭 있기 마련이다.

마음이 바르지 않으면 얼굴도 일그러지게 되고 표정이 일그러지다 보면 입도 자연스럽게 돌아가게 되여 있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시기가 사람들의 초조함과 불안함을 불러오는 건 정상적인 현상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특히 아직도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고 있는 분들의 심정은 누구나 다 이해가 가는 일이다.

그러나 조금 알량한 소리를 한번 더 하자면 우울해서 짜증을 내어도 하루고 정신 차리고 분발해도 24시간이다.

장자는 부인이 상을 당했을 때도 문상객들 앞에서 대야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부인의 죽음이 애석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장자는 삶이 변하여 죽음이 되는 건 사계절이 순환하는 자연의 현상과 다를 바 없다는 초탈한 성인의 생사관으로 아내의 죽음을 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장자는 아내와의 생리별을 슬퍼하고 운다는 건 자연의 이치를 모르는 것과 같다고 했다.

말이 그렇지 절대 쉽지는 않은 정신적인 경지이다. 장자는 대대손손 후세에 알려진 성인이라서 그렇다고 치고 그럼 평범한 민간인으로서의 우리는 과연 이런 각도를 바꾸는 낙관적인 정신세계가 불가능한 걸까?

적어도 그러한 노력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참조물을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사람의 기분 상태는 천태만상 천차만별이다.

어떤 사람이 이런 질문을 해왔다고 한다.

“내가 지금 ‘기생충’이란 영화를 다섯번째 돌려보고 있는데 기생충은 도대체 언제 나온다냐? 아무리 눈을 비비며 찾아도 없던데. 너무 작아서 안 보이는 건가?”

썰렁하지만 요즘처럼 딱딱한 일상에서는 조미료 정도는 되는 에피소드이다. 중국의 요리는 아주 다양한바 그 이름마저도 곤충에서 야생동물이름까지 없는게 없다. 마이상수(螞蟻上樹) 란 요리가 있다.  이름에 개미가 들어간다고 해서 그 요리에 허리 짤룩한 개미가 있더냐? 호랑이가 들어간다고 해서 산중대왕 호랑이가 접시 안에 떡하니 앉아 있는것도 아니다.

어떤 웃음 포인트가 통하는 적절한 시점에서는 조미료급의 썰렁한 유머도 참조물의 포인트에 따라 무척이나 웃길 때도 있다. 또 어떤 유머는 그 자리에서는 전혀 안 웃겼는데 집에 가서 잠자리에 누워서 다시 생각하면 엄청 웃기는 경우도 있다.

누가 그러는데 사람이 살아가면서 70%의 기분은 스스로 만든다고 한다. 똑같은 현상도 때와 장소와 시간에 따라 그리고 사람마다 느끼는 감수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흐린 날씨도 시원하고 자외선의 피해가 적어서 좋은 날이라고 기분좋게 받아들일 수가 있는가 하면 쨍하고 해뜬 날도 눈이 시리고 자외선에 피부가 상한다고 이마살을 찌푸리게 되는 사람도 있다.

비오는 날은 시적이라고 감성에 젖어서 혼자만의 기분을 만끽하는가 하면 구질구질하게 날씨가 왜 이러냐며 짜증내는 경우도 있는 것처럼.

직장생활에서 어떻게 하면 상사의 사인을 쉽게 받아낼 수 있느냐에 대한 비법을 많은 책에서 소개했다. 그중의 가장 기초적인 것이 그날 상사의 기분이 어떻냐를 잘 살피는 것이라고 책에 쓰여져 있다.

똑같은 일도 상사가 전날 집사람과 싸웠다거나 아니면 더 높은 상사한테 핀잔을 들었다든가 혹은 아침에 출근하면서 부주의로 강아지변을 밟았다든가 이런 날에는 절대 사인을 받으러 가면 안 된다. 상사가 잘 해주려면 열가지 이유가 있는가 하면 “심술”을 부리려고 작심하면 백가지 이유도 더 있다.

그리고 요즘 셀카를 찍어 모멘터에 올리는 사람이 많아지는데 셀카는 보통은 찍는 사람이 카메라와의 거리가 가까워서 얼굴이 크게 나올 위험부담이 있다. 물론 지금은 설비와 후기 처리 기술이 좋아서 다 잘 소화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렇더라도 여성들은 많이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그래서 그들은 심지어는 오른손으로 찍냐 왼손으로 찍냐, 오른쪽 얼굴을 찍냐 왼쪽 얼굴을 찍냐의 각도에 따라 효과가 달리 나온다는 것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평소에 많이 봐오던 얼굴인데 어쩐지 사진에서는 어딘가 달라 보인다는 형언할 수 없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 원인은 셀카를 찍는 사람의 다방면의 노력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화장실 조명에서 얼굴이 이쁘게 나온다는 요령도 세심하게 파악해 화장실 세면대에서 찍어 올리는 분들도 있다. 물론 카메라에 향까지 담기는 건 아니니 별 상관은 없다.

이렇게 같은 참조물도 각도와 조명의 차이에서 다른 효과를 산생하고 그에 따르는 다른 기분으로 전환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참조물은 남의 몫이고 기분은 내 마음이기에 그걸 어떻게 조절하기에 달렸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해서 경자년은 초기부터 삐끗하며 휘청거리고 있지만 아무쪼록 참조물에 쉽게 좌우지되지 말고 그냥 그대로 유쾌한 기분을 만들어가는 쥐띠해가 되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 궁금이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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