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이은경기자] 12명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고, 경찰 수사 중 2차 피해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A씨. 언니를 뒤따라 간 A씨의 동생. '단역배우 자매 자살 사건'은 2004년 보조 출연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원생 A씨와 그의 여동생 B씨가 6일 간격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건이다.

두 자매의 어머니는 “딸들을 죽게 만든 건 경찰”이라며 “재조사 청원에 동참해달라”며 절규했다.

2004년 7월 동생의 소개로 드라마 보조출연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A씨는 경남 하동의 드라마 촬영장에서 연예기획사 보조반장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보조출연자를 관리하는 보조반장은 A씨에게 절대권력이었다. A씨 가족에 따르면 권력을 앞세워 보조반장은 한 달 뒤 A씨를 성폭행하고 자신의 경험을 자랑인 양 다른 반장들에게도 알렸다. A씨는 11월까지 촬영지 인근 모텔, 차량 안에서 반장, 부장, 캐스팅 담당자 등에게 수시로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당했다. A씨가 남긴 기록에 따르면 성폭행을 한 사람이 4명, 성추행을 한 사람이 8명이었다.

어머니의 신고로 경찰 수사가 시작됐지만, 이게 딸들을 죽이는 일이 될지 어머니는 몰랐다. A씨 어머니에 따르면 경찰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시키지 않고 A씨를 가해자 앞에 앉혀놓은 채 진술을 받았다. 가해자 한 명은 A씨 앞에서 사건 당시 성행위 자세를 흉내내기도 했다. 이런 대질심문은 거의 한 달에 한 번 꼴로 1년 넘게 이어졌다. 경찰은 심지어 A씨에게 가해자들의 성기 모양을 정확하게 그려오라는 요구까지 했다.

이에 언니와 이후 언니를 방송국에 소개했던 동생이 뒤를 이어 자살했고, 이에 충격을 받은 아버지까지 뇌출혈을 일으켜 사망하면서 혼자 남은 어머니의 힘겨운 법적 싸움이 이어졌다.

최근 이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청와대에 사건 재조사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자매의 어머니는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우리 애들은 경찰이 죽였다. 재조사 청원 (청와대가 답하는 기준인) 20만명이 될 때까지 좀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어머니는 “가해자들이 아직 드라마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며 “이들을 꼭 써야 드라마가 완성 되느냐. 제발 이 사람들을 여의도 바닥에서 내쳐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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