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매력있는 男子 “여자를 흔드는 로망은?”

[코리아데일리 곽지영 기자]

SF 액션 블록버스터의 전설이 된 영화 ‘터미네이터’는 1984년 첫 등장해 할리우드와 SF 액션 영화사를 다시 쓰며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특히 CG 작업이 현실화되기 전이었던 당시,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미래 세계와 대표 캐릭터인 터미네이터 T-800의 모습을 독창적으로 구현해내 영화 특수효과 기술에 전환점이 되며 세계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황금칠면조상에서 유력한 수상후보가 될 만한 이 Z등급 키치 영화는 예상을 뒤엎고 엄청난 흥행성적을 올렸고, 지난 20년간의 인기는 이 영화를 장르 클래식으로 만들어놓았다.

▲ 영화 스틸 컷

‘터미네이터’는 플롯에 대한 스타일의 승리이자 지성에 대한 재치의 승리이며, 요소의 조합이 그 부분의 합을 능가한 영화다. 미래가 자신을 통제하기 위해—즉 자체의 현재 상태의 기본전제를 변경하기 위해— 과거를 통제하려 한다는 순환적 서사구조는 전후 SF 문학(할란 엘리슨, 필립 K. 딕 등)과 텔레비전 쇼(「아우터 리미츠」와 「스타트렉」)의 팬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것이었다.

로저 코먼과 존 카펜터의 저예산 특수효과를 담당하던 감독 겸 작가 제임스 캐머론은 수많은 플롯의 허점에 대한 반대를 무릅쓰고 스승들의 천진한 유머를 빌려와 주인공들의 경악에 질린 의혹과 재치 있는 말장난을 저돌적으로 밀고 나갔다.

존 카펜터의 ‘뉴욕 탈출’(1981)과 조지 밀러의 ‘매드 맥스 2」(1981’, 뤽 베송의 ‘마지막 전투’(1983), 라스 폰 트리에의 ‘범죄의 요소’(1984) 같은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암울하고 지저분하고 묵시록적인 미래에 관한 비전은 당시의 유행이었다.

캐머론의 확신에 찬 스타일—영화 속에 등장하는 나이트클럽의 이름대로 ‘테크 누아르’라 부를 만한—과 역동적 에너지는, 빈약하지만 많은 엉킴과 반전을 담아내는 경제적인 서사와 조화를 이루어 그 속에 담긴 뻔한 어리석음에 관객의 신경이 분산되지 않게 하는 데 성공했다. 김빠진 표정과 심한 오스트리아식 억양과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같은 신체언어까지 나쁜 연기의 예를 집약해 놓은 듯한 아놀드 슈워제네거조차도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재산이 되었고 특히 주인공의 박력은 뭇 여성들의 로망이 되기도 했다.

그의 폭력적인 행동과 열 줄 남짓 되는 대사는 모두 기계적인 둔중함과 엄숙함을 가장한 듯한 태도로 전달되어 오히려 매력적이고 다층적인 아이러니를 담아냈다. 그의 모든 대사는 짧고 별 뜻 없는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 뜻밖의 대히트작을 본 사람은 누구나 그의 대사와 독특한 발음까지 모두 외우고 있을 정도였다. 특히 ‘다시 돌아오겠다’는 가장 많이 인용된 대사로, 라디오와 텔레비전 쇼에서도 종종 캐치프레이즈로 사용되었다.

‘터미네이터’가 그토록 관객을 사로잡은 것은 ‘록키 호러 픽쳐 쇼’(1975)의 컬트적 현상을 연상시키며, 슬쩍 끼워 넣은 아이러니나 관객을 향한 공모의 눈짓은 이후 ‘스크림’ 삼부작의 장르 클리셰에 대한 말장난으로 이어지고, 가학적이면서도 장난스러운 슬랩스틱 유혈폭력과 마지막에 등장하는 ‘최후의 여성’도 마찬가지다. SF 요소를 마구 끌어 모은은 듯한 표면을 들추면 그 아래에는 기계적인 살인마와 자신의 힘을 발견하여 악한 세력을 이겨내는 남성적인 여성(린다 해밀턴)이 등장하는 진부한 공포영화가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터미네이터’의 독특한 혼합전략은 그 부분의 총합보다 거대하다. 이 영화에 대한 반응은 훌륭한 장르영화가 다 그렇듯이 그 독창성에 있지 않고, 오히려 그 역이 참이다. 감독은 이 모든 익숙한 요소들을 한데 모아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잊을 수 없는 경험을 만들어 낸 것을 알고 감상하면 감상포인터 100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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