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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데일리 김민정 기자]

교수들은 올 한 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선정했다.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적폐청산'을 화두로 달려온 한국사회를 이 한 마디로 압축했다. 교수신문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9일까지 전국 대학교수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17일 교수신문에 따르면 응답자 34%가 '파사현정'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했다. 교수신문은 매년 그 해를 돌아보는 의미를 담은 사자성어를 발표한다.

'파사현정'은 불교에서 유래해 사회일반의 통용어로 자리 잡은 말로, 불교 삼론종의 기본교의다. 삼론종의 중요 논저인 길장의 '삼론현의'(三論玄義)에 실린 고사성어다.

'파사현정'을 선택한 교수들은 새정부의 개혁이 좀 더 근본적으로 나아가길 주문하고 있었다.

최재목 영남대 교수(철학과)가 파사현정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이유는 '적폐청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사회 곳곳의 곪고 썩어 문드러진 환부를 시원히 도려낼 힘과 용기는 시민들의 촛불에서 나왔다. 최근 적폐청산의 움직임이 제대로 이뤄져 올바름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파사현정' 선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최경봉 원광대 교수(국어국문학과)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최 교수는 "사견(邪見)과 사도(邪道)가 정법(正法)을 눌렀던 상황에 시민들은 올바름을 구현하고자 촛불을 들었으며, 나라를 바르게 세울 수 있도록 기반이 마련됐다"며 "적폐청산이 제대로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영욱 성균관대 화학과 교수는 "이전 정권은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 되는 절차와 방법으로 국정을 운영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이를 단절한 것은 '파사'이며 새로이 들어선 정권은 '현정'을 해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역시 파사현정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추천한 구모룡 한국해양대 교수(동아시아학과)는 "진실을 명백하게 밝힌 다음 정의를 실현하는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나머지 사자성어 후보들도 '적폐청산'과 '개혁'이란 화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파사현정 다음으로 많은 선택을 받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해현경장'(解弦更張)이었다. 18.8%가 선택했다. 중국 한나라 때의 박사인 동중서가 무제에게 올린 '현량대책'(賢良對策)에서 유래했다. '거문고의 줄을 바꾸어 맨다'는 뜻으로, 사회·정치적으로 제도를 개혁하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중국 한나라 때 동중서가 무제에게 올린 원광원년거현량대책(元光元年擧賢良對策)에서 유래했다.

해현경장을 추천한 고성빈 제주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국정의 혼란스러움이 정리되고 출범한 새 정부가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들고 바르게 운영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에서 이 사자성어를 떠올렸다"고 전했다.

이어 ▲'물이 빠지자 바닥의 돌이 드러난다'는 '수락석출'(水落石出·16.1%) ▲'나라를 다시 재건한다'는 '재조산하'再造山河·16%) ▲'뼈를 바꾸고 태를 벗다'라는 '환골탈태'(換骨奪胎·15.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교수신문은 2001년부터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해를 사자성어로 풀어보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예비설문조사로 추천위원들이 추천한 사자성어 21개 중 5개를 골라 본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지난해에는 '강물(백성)이 화가 나면 배(왕)를 뒤집을 수 있다'는 뜻의 '군주민수'(君舟民水)가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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