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박지영 기자] 올 시즌 MVP 2관왕 KIA 양현종의 재계약 소식이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 시즌 MVP 2관왕 KIA 양현종

양현종은 올 시즌 31경기에 나와 20승 6패 평균자책점 3.44를 기록, 생애 첫 페넌트레이스 MVP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국시리즈에서도 활약을 이어가 MVP 2관왕이라는 겹경사까지 겹쳤다.

 

파격적인 연봉 인상은 당연한 수순. 하지만 KIA 구단 입장에서는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첫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이다.

 

양현종은 지난 시즌 후 FA 자격을 얻은 뒤 해외 진출을 모색했다. KIA 구단도 양현종과의 협상을 미룬 뒤 최형우와 나지완에게 각각 100억 원, 40억 원의 거액을 투자하며 전력을 보강했다.

 

그러나 양현종의 선택은 놀랍게도 KIA 잔류였다. 이미 예산을 소진한 상황에서 KIA 구단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선수 측과의 협상을 통해 1년 계약에 합의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전례가 없었던, ‘선수가 원할 시 방출’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양현종의 올 시즌 연봉은 15억 원이며, 계약금 7억 5000만 원이 더해져있다. 이미 FA 권리를 행사했기 때문에 내년 시즌에는 계약금을 받을 수가 없다. 따라서 인상요인이 뚜렷한 양현종은 15억 원이 아닌 22억 5000만 원에서 출발해야 한다.

 

여기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KBO리그 연봉 1위는 롯데 이대호로 무려 25억 원(계약금 포함, 연평균 실제 수입은 37억 5000만 원)에 달한다. 이대호의 위상과 기량이 어우러져 발생된 금액이다.

 

따라서 양현종이 출발점을 22억 5000만 원으로 잡았다면 이대호의 연봉 기록을 가볍게 넘어서게 된다. 더군다나 올 시즌 이룬 성과를 감안할 때 사상 첫 30억 원대 연봉도 예상해볼 수 있다.

 

구단이 FA 계약금을 과도하게 높이는 이유 중 하나는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 때문이다. 낮은 연봉 선수들의 상실감도 구단 운영의 고려 대상이며, 계약금을 통해 연봉을 낮추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향후 3년간 양현종은 계약금을 받을 수 없다. 올 시즌 KIA 선수단의 연봉 총액(신인 및 외국인 제외)은 96억 8000만 원. 따라서 양현종 1명에게만 3분의 1에 달하는 액수를 지출해야 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아무리 양현종이 뛰어나더라도 이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양현종 입장에서도 너무 큰 액수의 연봉은 지금의 FA 규정 하에서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양현종은 3년 뒤 다시 FA 자격을 얻는데 이대호, 최형우 등과 달리 아직 젊은 선수라 대박 계약이 가능하다.

 

다만 타 팀 이적 시 최대 80~90억 원대의 보상금액이 발생하는데 아무리 양현종이 탐나더라도 이 같은 보상액을 지불할 구단은 전무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수 입장에서는 그만큼 선택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사실상 원 소속팀과의 반강제 종신 계약이 이뤄지는 셈이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KIA는 고민에 빠지게 됐고, 기형적인 KBO의 FA 계약 규정으로 인해 양현종 또한 부메랑을 맞을 수도 있다. 결국 서로가 서로에게 불편한 겨울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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