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데일리 칼럼] 불법 대선 도박 사이트까지 등장하다니

 

대선 D-11.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때 역전을 넘볼 정도로 추격했지만 역시 뒷심이 부족한 탓이 아닐까 싶다. 비상대책으로 오늘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에게 지원의 손길을 요청한다고는 하지만 김 전 대표가 쉽게 수락할지는 의문이다.

안 후보의 추격을 따돌린 문재인 후보도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최근 군복무나 동성애 관련 발언 등으로 혼쭐이 났기 때문이다. 문 후보 선대위의 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은 26일 “대선은 굉장히 민감한 선거라 일주일 새에도 뒤집어진다”며 “모든 사람이 선거에 좀 더 겸손하게 임하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하고 나섰다.

요즘 가장 신나는 후보는 홍준표와 심상정이다. 홍 후보는 어제 “안철수 후보는 페이스메이커”라면서 “다음 주부터는 문재인 후보와 양강(兩强) 구도로 바로 간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지지율을 최대한 끌어올려 보수 대 진보 구도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면서 홍 후보는 ‘서민 대통령’ 이미지를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신용불량자로 몰린 사람들과 서민생계형 범죄는 일제히 사면하겠다”면서 ‘8·15 대사면’을 예고했다.

심상정 후보는 TV토론을 통해 진가를 인정받아 뒤늦게 지지율이 상승하는 중이다. 심 후보는 ‘심알찍(심상정을 알면 심상정을 찍는다)’을 소개하면서 사퇴설을 일축했다. 심 후보의 전략은 홍 후보의 전략과 대동소이하다. 일단 홍 후보를 제쳐서 1강 2중을 만든 다음 심상정-문재인 ‘양자 대결’로 몰고 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선 존재감을 과시하는 선에서 만족해야 할 듯하다.

유승민 후보는 당에서 거론되는 안철수, 홍준표 후보와의 ‘3자 단일화’에 거듭 강하게 반대했다. 유 후보는 “한국당은 바뀐 게 아무것도 없고, 국민의당은 외교·안보 쪽이 많이 다르다”며 “끝까지 가겠다”고 강조했다. ‘경제·안보 전문가’를 자임하며 중도·보수 표심을 잡고 막판 역전극을 이뤄내겠다는 전략이다.

한편 이번 대선을 게임이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려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행태에 눈살이 찌푸려진다. 공직선거법상 여론조사 결과는 선거 전 일주일까지만 공표가 가능하다. 따라서 5월 3일부터는 지지율 추이를 알 수 없는 ‘깜깜이’ 기간이 된다. 이를 노리는 불법 인터넷 도박 사이트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배당률 업계 최고 보장’ 등 도박 사이트를 홍보하는 글이 확산되고 있다.

그뿐 아니다. 이들 도박 사이트 이용자들이 ‘베팅 정보’라는 이름 아래 가짜 뉴스까지 만들어내는 형국이다. 베팅한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를 폄훼하는 뉴스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퍼뜨리면서 가짜 뉴스가 무차별 확산되고 있다.

도박 사이트 자체가 먹튀를 노리는 가짜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한 사이트의 특정시점 기준의 후보별 배당률을 보면 문 후보 1.46배, 홍 후보 23.00배, 안 후보 3.20배, 유 후보 20.00배, 심 후보 46.00배 등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돼 있다.

현행법상 국내에서는 ‘스포츠토토’만 온라인 베팅이 가능하다. 해외에는 합법적으로 대통령 선거 결과를 놓고 베팅하는 도박 사이트가 있지만 국내에는 전례가 없다. 이들 운영자들은 해외에서 사이트를 개설하고 점조직으로 운영하는 데다 광고에 적힌 추천인 코드가 없으면 아예 입장 자체를 제한하는 등 수사기관의 추적을 막기 위해 여러 장벽을 설정하기도 했다.

문제는 거액의 베팅을 통해 큰돈을 잃거나 딴 유권자는 정상적인 투표로 당선된 당선자를 인정하지 않는 성향을 보일 수도 있다. 이미 희화화된 정치를, 거기에 돈까지 걸린 게임으로 추락시키는 것은 민주주의 본질을 훼손하는 행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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