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바른정당이 유승민 의원을 대선후보로 확정한 것을 필두로 국민의당 한국당 민주당의 후보가 다음 주 내로 확정될 모양새다. 이에 따라 정국은 한층 빠르게 대선 체제로 돌입하게 됐다.

이번 ‘장미 대선’을 가늠케 하는 키워드는 크게 ‘호남 민심’ ‘개헌’ ‘반문(反文) 연대’의 3가지를 들 수 있다.

먼저 호남의 지지 없이는 야권 후보는 이길 수 없다는 공식을 낳은 호남 민심은 이번만큼은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호남은 27일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에게 60.2%라는 높은 지지를 보냈다. 또 호남은 25일, 26일 9만 여명이 참여한 국민의당 호남 현장 투표에서 안철수 전 대표에게 64.2%라는 경이적 지지율을 기록했다.

문재인 후보는 호남의 강한 ‘비토’ 기류를 의식한 듯 압도적 승리에 ‘결선투표는 없다’는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문 후보는 결과 발표 직후 “호남이 나를 지역통합 국민통합 후보라고 평가해 줬다. 호남의 기대에 반드시 부응하겠다”며 들뜬 표정을 보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국민의당은 사전 선거인 모집없이 9만여 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투표자라는 점을 내세우며 “호남 민심은 우리를 지지한다”고 해석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안철수도 키우고 문재인도 밀어주나’는 묘한 분석이 나온다. 심지어 양당 관계자는 “안철수는 보조타이어” “문재인은 펑크난 타이어”라는 설전을 주고받기도 했다. 어쨌든 호남 민심은 아직까지 확실한 지향점을 정하지 못했음을 나타내는 증표다. 다들 누구를 택할지 고민하는 것 같다.

두번째 키워드인 개헌은 현재 다소 빛이 바랜 듯하다.

민주당을 제외한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원내 교섭단체 3당은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요 내용으로 한 단일 개헌안을 만들어 ‘대선-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 방안 추진에 사실상 합의했다.

너무나 이질적인 3당을 쉽게 합의에 이르도록 만든 것은 ‘문재인 대세론’만큼은 인정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3당의 구상은 친문 진영을 개헌 저지 세력으로 규정해 대선 프레임을 ‘개헌 대 호헌’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하지만 개헌은 각 당의 사정이 다르고, 시일이 촉박한 탓에 3당(165석) 스스로도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원내 제1당(121석)인 민주당이 동의하지 않으면, 개헌안 발의(150석)는 가능하지만 본회의 상정(180석)이나 의결(200석)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반문(反文) 연대를 논하자면 김종인(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전 대표)을 빼고는 애기가 안 된다. 원래 시나리오는 먼저 바른정당과 한국당이 후보단일화를 통해 안철수로 확실시되는 국민의당과 최종 단일화를 하며, 그 과정에 김종인 전 대표의 강력한 중재와 지원이 따른다는 것이다. 그런 그가 이번 대선에 ‘문재인 대항마’로 직접 나서기로 결심하고 출마 채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전 대표는 평소 ‘킹 메이커’를 자처했지만, 문재인을 대적할 인물이 없다면 스스로 ‘킹’이 될 수도 있다는 의사를 예전부터 내비친 바 있다. 각본에선 벗어났지만 관객들로서는 심상찮은 볼거리를 즐길 수 있게 된 셈이다.

김 전 대표는 30일 ‘대한민국 비상대책위원장’을 콘셉트로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박근혜 비대위’, 2016년 ‘민주당 비대위’ 등 위기의 여야 정당에서 구원투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던 이미지를 부각시킨다는 복안이다.

정치권을 향해서는 ‘공동정부 구성’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정권을 잡든 여소야대인 만큼 연정을 통해 의석 180석 이상을 확보해야만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할 수 있다는 취지다. 대선 전 개헌이 물 건너간 상황에서 중도-보수 진영 간 후보 단일화를 이끌어내려면 ‘공동정부론’이 현실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김 전 대표는 임기 중에 분권형 개헌을 통해 2020년 총선과 대선을 관리하는 임기 3년의 ‘과도 정부’를 표방함으로써 나라와 국민을 위해 순교하겠다는 강력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김종인의 ‘노마지지(老馬之智, 늙은 말의 지혜)’가 통할 수 있을는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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