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안전…'안전불감증'·'노후장비'복합 문제

[코리아데일리 박승훈 기자]

폭설로 인한 지하철 사고로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지난 22일 잠실새내역(신천역)에서 열차 화재가 발생해 지하철 안전문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사고는 이용하는 승객이 적은 시간인 주말 아침이라 피해가 없었지만 평일 출퇴근 시간대 사고가 발생했다면 큰 혼란이 빚어졌을 것이다.

23일 서울 메트로 김태호 사장은 서울시청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더 큰 사고로 발전하지 않게 하려고 비상 콕 등을 취급해 탈출하지 말아야 한다"며 "정확한 상황 파악 전에는 전동차 내에서 대기하도록 비상대응 조치(안내방송) 매뉴얼을 마련하여 운영하고 있다" 고 밝혔다.

▲ 폭설로 인한 지하철 사고로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지난 22일 잠실새내역(신천역)에서 열차 화재가 발생해 지하철 안전문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방송화면 캡처

화재 당시 전동차의 차장은 안내방송 매뉴얼에 따라 '차량고장으로 비상정차해 조치 중이니 차내에서 기다려 달라'는 방송을 3회 실시했다.

전동차 하부에서 불꽃을 동반한 연기가 나는 것을 확인하고는 오전 6시 31분께 다시 '열차에 불이 났으니 즉시 출입문을 열고 대피해 달라'고 안내방송을 내보냈다.

터널 내에 정차해 있는 10번째 칸 승객들을 안내해 9번·8번째 칸으로 이동시키고, 비상콕크로 출입문을 개방해 대피를 유도했다.

하지만 승객들은 전동차 내 안내방송에서 대피하라는 내용이 없이 "큰일이 아니니 기다리라"고만 했다고 전해 안전불감증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 폭설로 인한 지하철 사고로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지난 22일 잠실새내역(신천역)에서 열차 화재가 발생해 지하철 안전문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코리아데일리 DB

현실성이 부족한 매뉴얼도 문제지만 지하철 노후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이고 있다.

서울 지하철은 1974년 1호선이 처음 개통한 이래 올해로 43년이나 돼 시설·설비가 점점 낡아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윤영일 의원이 지난해 국정조사에서 공개한 자료를 보면 서울메트로(1·2·3·4호선) 전동차 1954대 가운데 61%인 1184대가 20년을 넘긴 '고령'이다. 25년 이상 된 '초고령' 전동차도 14%나 된다.

특히 1호선은 25년을 넘긴 '초고령' 전동차가 40%를 차지했다. 2호선은 17%, 3호선은 12% 등이다.

국내 전동차의 내구연한은 철도안전법 제정 당시 15년으로 정했지만, 1996년 25년, 2000년 30년, 2009년 40년 등으로 점점 늘어나다가 2014년에는 규제 완화 정책의 하나로 아예 없앴다.

도입된 지 20∼30년 된 전동차라도 고장이 날 때마다 부품을 일부 갈아 끼우는 '땜질식 처방'을 하며 수명을 연장하고 있다.

전동차 부품 관리도 비슷한 상황이다. 일본의 경우 15년마다 무조건 부품을 교체하지만, 우리나라는 3년 주기로 점검하는 것을 전제로 재사용하고 있다.

궤도, 열차신호 장치, 변전소전력설비 등 시설도 상당수가 법정 내용연수(20∼25년)를 초과해 신규 건설 수준의 재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시는 파악하고 있다.

김길동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박사는 노후한 차량에 노후한 장비로 인해 발생한 화재라며 "고속차단기에 문제가 있어 교체작업 중이나 50%만 진행된 상태"라며 "아직 교체를 못 한 차량에서는 이런 화재 사건이 또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 폭설로 인한 지하철 사고로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지난 22일 잠실새내역(신천역)에서 열차 화재가 발생해 지하철 안전문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코리아데일리 DB

이런 가운데 서울시와 정부는 노후화 차량을 교체하는데 드는 만만치 않은 예산에 줄다리기하고 있다.

서울시는 정밀진단을 거쳐 2014년부터 2022년까지 2·3호선 노후 전동차 620량을 교체하겠다며 관련 예산으로 837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예산으로 1085억 원을 편성한 서울시는 국비로 사업비의 40%에 해당하는 434억 원을 요청했지만,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는 전동차 도입도 '유지·관리' 사업으로 분류돼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이 방침을 바꾸지 않는다면 2020년까지 총 3150억 원으로 책정된 국비 지원분 수령이 불가해 노후 전동차 교체 사업에 차질이 우려된다.

서울시는 올해도 지하철 낡은 시설 개선에 시비 465억 원을 투입하며 정부에 국비 620억 원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윤혁열 서울연구원 박사는 "정비 수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서울은 다른 나라보다 날씨 변화도 심하고 이용객도 많아 전동차를 아주 오래는 쓰지 못한다"며 "어떤 방법으로라도 돈을 마련해서 새 전동차를 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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